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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어떤 회합에 참여했다가 자기의 경험·지식, 생활 TIP을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나눌만한 게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문득  '한글'에 대해서라면 내가 몇 마디 이야기 하고픈 내용이 있음을 생각해 냈다. 평소 테레비나 인터넷에서 우리말과 우리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 마디 거들었으면 했던 생각들이 있다. (어쩌면 이 생각들이란 게 보통사람의 작고 얕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중언부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를 읽는 이들에게 먼저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짧고 조잡한 글솜씨로나마 두서없이 몇 차례 적어본다. 

 

 한국사람들에게 한글의 글자수---알파벳(Alphabet) 또는 자음, 모음의 갯수---가 몇 개냐고 묻는다면 과연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을 할까? 만약에 나한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내 대답은.... '무한(無限)하다'가 되겠다.

 

무한(無限)이라... 우리가 얼핏 생각하면 자음 14개(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와 모음 10개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를 합해서 한글 글자수는 24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들 때 사람의 입모양, 발음기관을 본따 아음(牙音: ㄱ), 설음(舌音: ㄴ), 순음(脣音: ㅁ), 치음(齒音: ㅅ), 후음(喉音: ㅇ) 과 하늘·땅·사람(天·地·人)을 본떠 ㆍ, ㅡ, ㅣ같은 글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가획(加劃)의 원리를 적용한 ㅋ, ㄷ, ㅌ, ㅂ, ㅍ, ㅿ, ㅈ... ㆁ,과 음양(陰陽)의 원리를 적용한 ㅏ, ㅓ, ㅗ, ㅜ를 합해 기본글자 28개라 하였다. 기본(基本)글자 28개!!

 

세종대왕은 한글 글자수가 모두 28개라고 하지 않고 '기본(基本)'이라고 하였다. 즉, 다시말해 기본글자 28개를 가지고 얼마든지 새로운 글자를 추가해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훈민정음으로 쓰인 옛날 문헌에서 지금은 쓰지 않는 ㆅ, ㅭ, ㅴ, ㅱ, ㅸ, ㆎ 등의 글자를 볼 수 있고 지금 쓰는 ㄲ, ㅆ 같은 쌍자음과 ㄼ, ㄶ 같은 겹받침에서도 훈민정음 28개 사용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새삼 세종대왕이 사람의 입모양과 발음을 본떠 글자를 만든 이유가 가늠이 되고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지 않는가?

 

현대사회가 지구촌으로 글로벌(Global)화함에 따라 일상에서도 영어 등 다국적 언어 사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어를 정확하게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도 필요해진다. 이때 현대 한글자모 24개에 갇혀 부정확한 외래어표기를 할 게 아니라 위대한 조상의 문자창제 정신을 이어받아 [p]와 [f]를 구별하고 [ɵ]와 [ð]를 구별하는 한글 글자를 만들어 봄이 어떠한가?

 

각자병서(各自竝書), 합용병서(合用竝書), 연서(連書) 등의 제자원리를 적용한 옛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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