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2

소양정(昭陽亭)

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

그리고... 2019.12.28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만세》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 서문에는 저자 강신주 씨가 한 대학 강연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가 소개된다. 강연에서 저자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한 편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수많은 관객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내비쳤다고 한다. 저자는 관객들의 이 반응을 불안심리로 해석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북한을 우리 사회의 적대세력으로 수십년 간 배우고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체제 경계선에 놓일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저자가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시를 쓴 사람이 한국현대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수영' 시인임을 밝히고 나자 그제서야 청중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강신주 씨는 이 경험..

그리고... 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