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3

가난과 놀이, 일, 교육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어록(語錄)'입니다. 그런데 '이오덕 어록'으로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더 알맞은 말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말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말씀 가운데서 꽃처럼 돋보이는 말씀을 간추려 놓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뜻으로 '이오덕 말꽃'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펴내는 글에서 내가 처음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책은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한길사에서 만든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이었는데 책이름은 잊어버렸다. 책이 나온 지 한참 지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배우고 익힌 글의 상식 · 말글 지식을 완전히 뒤엎는 큰 가르침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2020.01.03

소양정(昭陽亭)

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

그리고... 2019.12.28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만세》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 서문에는 저자 강신주 씨가 한 대학 강연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가 소개된다. 강연에서 저자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한 편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수많은 관객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내비쳤다고 한다. 저자는 관객들의 이 반응을 불안심리로 해석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북한을 우리 사회의 적대세력으로 수십년 간 배우고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체제 경계선에 놓일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저자가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시를 쓴 사람이 한국현대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수영' 시인임을 밝히고 나자 그제서야 청중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강신주 씨는 이 경험..

그리고... 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