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