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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 서문에는 저자 강신주 씨가 한 대학 강연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가 소개된다.

 

강연에서 저자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한 편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수많은 관객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내비쳤다고 한다. 저자는 관객들의 이 반응을 불안심리로 해석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북한을 우리 사회의 적대세력으로 수십년 간 배우고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체제 경계선에 놓일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저자가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시를 쓴 사람이 한국현대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수영' 시인임을 밝히고 나자 그제서야 청중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강신주 씨는 이 경험을 통해 냉철한 자유정신을 가졌던 시인 김수영의 존재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의 시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의 감수성이 그의 인문정신조차 쫓아가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청중들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괴로웠다. 김수영이 시를 쓴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내면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허탈했다.            

-강신주, 《김수영을 위하여》 중에서

 

그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과 금권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자유정신과 비판정신을 가진 살아있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주류사회가 죽은 지식을 답습하며 그들만의 학벌을 쌓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이에 학문과 지식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정직한 욕설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김수영 '김일성 만세' (1960) 전문, 《프레시안》 2012년 7월 2일 기사 재인용

 

▣ 뒤적거린 책|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2012.04.23 초판 1쇄본)

 

▣ 참고자료|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6773.html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7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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