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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어록(語錄)'입니다. 그런데 '이오덕 어록'으로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더 알맞은 말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말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말씀 가운데서 꽃처럼 돋보이는 말씀을 간추려 놓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뜻으로 '이오덕 말꽃'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펴내는 글에서

 

내가 처음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책은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한길사에서 만든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이었는데 책이름은 잊어버렸다. 책이 나온 지 한참 지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배우고 익힌 글의 상식 · 말글 지식을 완전히 뒤엎는 큰 가르침처럼 느껴졌다.

 

그 책에서 내가 기억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맡씀은 이랬다. 글은 작가처럼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짓기'가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글쓰기'다. 좋은 글일수록 삶이 우러나는 글이고 삶이 우러난 글은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익숙한 말로 되어서 쉽고 간결하다. 선생은 김유정의 소설들을 좋은 글로 꼽았다. 반면,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지식인이 멋부리는 글솜씨로 지은 글이라고 평했다.

 

일본식 한자말, 영어식 표현, 인터넷 줄임말,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신조어 따위가 우리 언어생활에 얼마나 깊게 침투해 있는지도 지적하였다.

 

오랜만에 이오덕 선생님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시립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생각해 둔 책이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빌려온 책은 이 책 《이오덕 말꽃모음》이었다. 생각해 둔 책을 찾다가 예쁜 연두색 표지로 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200쪽 정도의 분량에서 40여 쪽을 읽었다.

 

간결한 글의 말투가 인상적이다. 딱 부러진 생각에 주저함이 없다고 할까? 이오덕 선생님은 생전에 신문을 읽다가 우리 말글의 오용(誤用)을 발견하면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로 직접 찾아가셨다는데...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분이 하는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우리가 옳게 살려면 한 가지 각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고 정의롭게 살고 인간답게 사는 길은 지금 봐서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일을 하는 가운데서 세상의 모든 이치를, 사람다운 감정을 몸으로 배웁니다.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 이것이 진짜 교육이지요. 책을 읽고 머리로 배우기만 해서는 병신이 됩니다. 이런 병신은 병신 된 그 사람만 불행한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그 해독을 아주 크게 퍼뜨립니다. 우리 교육은 온통 병신 인간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는데, 지나친 생각일까요?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병신 만들기 교육」

 

여러분은 공부하기를 좋아합니까? 일하기를 좋아합니까? 교실에서 청소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아주 장난을 치면서 재미있게 합니다. 일을 놀이같이 하는 어린이들은 참으로 슬기롭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부, 이렇게 되어야 사람에게 이로운 일이 되고 참공부가 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일을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놓았고, 그래서 일하기가 싫도록 해놓았어요. 어른들은 모두 바보입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놀이와 일과 공부」

 

 

▣ 뒤적거린 책|

《이오덕 말꽃모음》, 이오덕 글, 이주영 엮음, 단비 (2014.12.10 초판 2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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