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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정에 올라 바라본 소양강변 풍경

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소양강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나무들 너머로 소양강 강줄기,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진 소양2교, 흰색의 강변 아파트가 모두 보인다.

 

가빴던 숨이 고르게 잦아들자 소양정 사방을 천천히 둘러 본다. 익히 몇 번 왔던 곳이지만 되새김질 하듯 새삼 주변을 구경한다.

 

소양정 전경

소양정 바로 옆에 누각의 내력이 적힌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이요루(二樂樓)라고도 불리는 소양정은 이미 고려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누각으로 조선 인조 때 춘천부사 엄황이 정자를 수리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때 홍수로 잃은 것을 한번, 한국전쟁 때 불에 타서 없어진 것을 다시 원래 있던 데서 옮겨 1966년에 지금 여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때 춘천을 두 번이나 다녀간 다산 정약용의 흔적도 남아 있다. 다산의 춘천여정을 추억하는 다산길과 그의 소회를 적은 시문 가운데 한 편을 소개한 안내문이 그것이다.

 

소와 말은 나룻가에 서 있고

모래톱 물 다시 잔잔해지는데

풍경은 도읍에 가까워지자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 없고

강이 둘러싼 정자 성대하며

산은 멀고 평평한 들 넓구나...

 

다산길 안내문 (소양정 앞)

소양정이란 정자 하나를 둘러싼 풍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45년과 1950년의 역사 한 순간도 기록하고 있다.

 

1945년의 일은 '윤공용성영세불망비'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의 뜻은 '윤용성 공(公)의 영세를 바라고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운 비석' 정도 되겠다. 1971년에 쓴 안내문에는 중앙초등학교 전신인 '춘주학교'라는 사학을 세운 윤용성이라는 사람을 기념해 1945년 학교 학부형들이 봉의산록에 세운 것을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1950년 6·25전쟁 중 소양교를 넘어오는 북한군과 교전했던 '공병중대전적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6사단 7연대에 소속된 공병1중대는 보병 지원을 위해 대부분 출동하였고 남은 1개 소대병력이 지금 위치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에 맞서 소총과 기관총으로 격렬하게 싸웠다고 한다.

 

윤공용성영세불망비 /  공병중대 전적지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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